“미래먹거리 잡아라”… 증권가, 토큰증권(ST) 허용에 ‘들썩’
최근 금융 당국이 토큰 증권(증권형토큰, ST·Security Token) 발행을 정식 허용하기로 하면서 자본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ST 발행과 유통, 상장 권한을 가질 증권사들의 수혜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증권사는 자체 플랫폼 구축 등 선제적 대비에 한창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주요 증권사들은 블록체인 전문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거나 ST 플랫폼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S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실물·금융 자산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토큰 형태의 증권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미술품이나 부동산, 주식 등에 조각 투자(분산투자)할 수 있다. 기존 증권에 비해 자금 조달이 용이하고 투명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ST를 발행·상장·유통할 권한을 갖게 되면 새로운 미래 수익 모델을 갖게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ST 시장이 장기적으로 확대할 것이기 때문에 이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어느 회사나 갖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시기”라고 짚었다.
금융위원회는 토큰의 증권성을 어떤 원칙으로 판단해서 STO로 인정할 것인지, 증권사 외에 조각투자 업체들에게도 ST 발행 권한을 준다면 그 조건은 무엇인지 등 세부 원칙을 오는 6일 공개한다.
이 가이드라인이 공개돼야 주요 증권사들의 사업 방향성이 비로소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선제적 대비 태세를 취하고 있다.
KB증권은 ST 발행·유통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개발하고 테스트까지 마친 상태다. SK C&C와 디지털자산 사업에 협업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고 자체적으로는 유관 부서 실무자로 구성된 STO(토큰증권 발행) 플랫폼 구축 TFT(태스크포스팀)를 확대 개편해 운영 중이다. 관계자는 “관련 규제와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면 이를 근거로 다양한 실물자산을 토큰화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ST 거래 플랫폼 개설을 목표로 내부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록체인부서를 신설해 인원도 충원했다. 현재 블록체인 전문 기업 ‘람다256’과 블록체인 네트워크 설계·성능 테스트 등을 진행 중이다. 관계자는 “ST 발행과 유통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가능하게 할지 여부에 따라 시나리오별로 준비 중”이라며 “ST가 단기간 금융사에 의미있는 수익으로 다가오지는 않겠지만 사회의 디지털화가 빨라지면서 ST는 필수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움증권은 블록체인 기업 페어스퀘어랩과 업무협약을 맺고 ST 발행 및 유통 플랫폼 구축 작업에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ST가 화두인 건 분명하고 회사 내부에서도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금융당국의 방향성이 희미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반의 STO 사업을 진행하는 갤럭시아넥스트의 모회사 갤럭시아에스엠 주가는 금융위가 STO 정식 허용 방침을 발표한 뒤 큰 폭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전날(1일)까지 73.63% 폭등했다.
람다256 등 ST 플랫폼 연관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해온 우리기술투자는 같은 기간 11.33% 올랐다.
조각투자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사의 주가도 큰 폭 상승세다. 서울옥션은 같은 기간 28.33%, 케이옥션은 31.34% 상승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과 투자자보호에 대한 규제가 구체화되고 가상자산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금융회사들의 비즈니스 경쟁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