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열기 국내는 찬밥, 해외는 활발… 내년엔 불씨 살아날까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였던 기업들이 잇따라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데다 최근 IT업계 화두로 생성형 인공지능(AI)가 떠오르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줄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이프랜드’, 네이버 ‘제페토’ 정도만 메타버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가운데, 크래프톤과 네이버제트가 손잡고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고 있어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메타버스 서비스를 추진하던 증손회사 컬러버스가 모바일 3차원(D) 메타버스 서비스 ‘퍼피레드’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다. 컬러버스는 넵튠이 지분 44%를 보유하고 있는 메타버스 개발사로 카카오의 메타버스 플랫폼 ‘컬러버스’를 개발하고 있다. 퍼피레드는 지난해 8월 출시했는데 1년여 만에 운영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컬러버스는 별도 앱 설치 필요 없이 3D 메타버스로 접속할 수 있는 ‘웹 스트리밍 기술’로 오픈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 중이었는데 지난해에만 11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컬러버스는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는데, 퍼피레드까지 종료하면서 컬러버스 서비스 출시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컴투스의 메타버스 자회사 컴투버스도 지난 9월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를 정식 출시한 지 2달여 만에 희망퇴직을 받으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컴투버스는 올 3분기에만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자 경영 효율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시작한 것이다. 한글과컴퓨터와 싸이월드제트가 설립한 합작법인 ‘싸이월드 한컴타운’이 운영하던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도 출시 1년 만인 지난 7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난달에는 법인을 해산하고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합작법인을 세운 지 2년 만이다.
투자정보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메타버스 투자 규모는 5억8670만달러로 1년 전(20억달러)보다 70% 줄었다. 메타버스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콘텐츠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3D 아바타들이 온라인 모임을 즐기는 형태에 그칠 뿐 이용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NFT(대체불가토큰) 등을 활용한 재화로 보상을 제공하거나, 게임, 액티비티 등 이용자 창작 활동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이버 ‘제페토’와 SK텔레콤 ‘이프랜드’다. 제페토의 경우 이용자가 생성형 AI를 활용해 사진 1장으로 아바타를 만들고, 명령어 입력만으로 쉽게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창작 도구를 도입한 것 등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이프랜드는 유료 재화와 NFT 거래소, 이를 통해 사고팔 수 있는 아이템들로 이뤄진 경제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인플루언서 후원도 가능하다.
특히 이들 서비스는 해외에서 인기다. 제페토는 전 세계 누적 이용자가 4억명에 달하는데 올해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2000만명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95%는 해외 유저다. 이프랜드도 월간활성이용자수가 420만명대인데 절반가량이 해외 유저다. SK텔레콤은 최근 메타버스의 동남아시아 진출 확대를 위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IT 업체들과 연이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페토와 이프랜드의 인기 덕에 메타버스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특히 메타에 이어 애플도 새로운 확장현실(XR) 기기를 출시한다고 밝혀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과 네이버제트는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 ‘오버데어’를 내달 출시할 계획이다.
오버데어는 이용자가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스포츠 게임, 슈터 게임 등 다양한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모바일 기반의 유저 제작 콘텐츠(UGC) 플랫폼이다. 게임을 만들면 달러 코인이 지급되는 구조다. 이외에도 더 샌드박스는 메타버스 플랫폼 ‘더 샌드박스’의 유저 제작 콘텐츠(UGC) 2000개 달성을 목표로 내년부터 ‘게임 메이커 펀드’ 운용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리서치앤마켓이 발간한 한국 메타버스 시장 정보 보고서 2023에 따르면, 한국의 메타버스 산업은 2030년까지 연간 34.2%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이 오는 2030년에는 약 6150억달러(8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