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려워지는 韓원화거래소 승인… 금융당국, 규정 기준 강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강화한다.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를 앞두고 은행이 역량을 갖춘 사업자에만 실명계좌를 내주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담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및 고시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만 원화마켓(원화와 코인 간 거래 지원)을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원화마켓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곳뿐이다.
현행 특금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사업자에 계좌를 내줄 땐 △고객 예치금과 사업자 재산을 분리보관했는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했는지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를 완료했는지 등 기본적인 사항과 함께 자금세탁위험을 평가하게 돼 있다.
이에 은행들은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자체 기준에 따라 거래소의 자금세탁위험을 평가하고, 실명계좌를 발급해왔다. 지난해 7월에는 기존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강화한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지침은 이달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해킹 및 전산장애에 대비한 준비금, 강화된 고객인증(KYC), 추심이체 시 추가 인증 등 여러 기준을 담았다.
이처럼 은행들의 자체 기준이 있으나, 금융당국은 법 개정을 통해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미 자금세탁방지(AML) 역량이 부족한 사업자에게 실명계좌가 발급된 사례가 문제가 됐기 때문.
지난해 가상자산 거래소 한빗코는 광주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서를 냈으나, 심사 과정에서 특금법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처분 등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변경신고를 수리받지 못했다. 당국은 특금법상 의무를 지키지 못한 거래소에도 실명계좌가 발급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윤수 FIU 원장도 지난 17일 ‘뉴스1 블록체인 리더스클럽’에 참석해 “코인마켓 사업자가 원화마켓 진출을 희망할 경우 이에 걸맞은 자금세탁방지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실명계좌를 발급한 은행이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충실히 심사하고 있는지, 실명계좌 발급이 취지에 맞게 이뤄지는지 면밀히 점검해보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개정안에서는 은행이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 위험 평가를 면밀히 했는지, 가상자산사업자의 법령 준수 여부를 꼼꼼히 확인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준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가상자산사업자는 기존 특금법뿐 아니라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준수할 준비도 완벽히 마쳐야 한다.
이처럼 실명계좌 발급 기준이 강화되면 가상자산 거래소에 계좌를 내주는 은행 입장에서도 점검할 사항이 늘어난다. 기존 제휴 거래소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은행이 새로운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줄 가능성은 더 낮아지는 것이다. 6번째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가 탄생할 가능성은 더욱 요원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FIU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의 실명계좌 발급 가이드라인은 원론적인 수준이라 이를 시행령 및 고시를 통해 구체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