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바꿀 ‘미래 은행’ 미리보기
일반 기업의 대차대조표에서 부채의 규모가 전체 자산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면 매우 부실한 기업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은행은 다른 산업과는 차별화되는 사업 구조로 인해 자산의 대부분이 부채에 해당하고 이러한 성격의 자산을 시장에서 이자 수취나 매매 차익을 통해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익 구조는 법률을 통해서 규제받기도 하지만 그 법률의 틀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수익을 보장받기도 하는 양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은행은 거대한 자산운용사, 시중은행은 예대마진을 규모의 경제로 풀어낸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볼 때, 기존 은행의 사업 모델은 현 블록체인 산업의 스테이블코인 사업 모델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고객의 법정 화폐를 입금(예금)하거나 출금하여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구조에서 은행의 ‘수신업무’, ‘자금의 중개’, ‘신용의 창조’ 기능을 엿볼 수 있습니다.
1.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생겨난 가상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은행과 어떠한 면에서 비슷하고 어떠한 면에서 다른지 살펴보기 위해 현 시점 기준 1위, 2위 유통량을 가진 스테이블코인 USDT(테더), USDC(US달러코인)의 자산 구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테더의 USDT
테더(Tether Ltd.)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ritish Virgin Islands, BVI)에 설립한 회사로 규제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일반 기업의 감사보고서와 동일한 형태의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없습니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를 직접 비교해 보기는 힘들어 이들이 확보한 미국 달러를 어떤 형태의 자산으로 보유하고 운용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자산의 구성. 출처=테더 독립감사보고서
테더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9월 30일 기준 총 자산은 약 863억달러로 2022년 9월 30일 기준 약 680억달러 대비 총 자산 규모가 1년 만에 26.9% 성장했습니다. 단순 자산 규모의 성장만 보아도 전통적인 은행에서는 볼 수 없는 규모 변동성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테더는 자산의 대부분을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현금성 자산 중에서도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자 유가증권인 미국 국채(단기국채 T-bill)와 환매조건부채권으로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어 한국은행 대차대조표에서 살펴본 ‘유가증권’ 자산의 구성과 유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가상자산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특이한 자산 구성은 바로 테더가 올해부터 ‘BTC(비트코인)’를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테더는 공식 발표에서 새로운 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2023년 5월부터 수익의 최대 15%를 사용해 비트코인을 정기적으로 매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