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금융상품 쏟아지는데… 韓은 가치논쟁에 발목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국내 승인 가능성 관련,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미국, 캐나다, 홍콩 등에 이어 영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기반의 금융상품을 제도권으로 편입할 방침이지만 금융위는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은 물론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도 현행법 위배 소지가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금융위 김주현 위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 신속 신용회복지원 시행’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당국 견해와 관련, “기존 입장에서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은 물론 국내 증권사가 해외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도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 등은 국내와 법체계 등이 달라 미국 사례를 국내에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이 7만20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국내 원화마켓에서는 한국 프리미엄이 7% 가까이 붙으면서 1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당시의 정책기조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영국과 홍콩 등은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금융당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11일(현지시간) 가상자산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승인 신청이 오면 이를 반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FCA는 가상자산 변동성으로 인해 기관 투자자들만 거래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런던증권거래소도 성명을 통해 올해 2·4분기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ETN 상장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ETF와 다르게 증권사가 발행하는 ETN은 기초자산의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파생금융상품이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도 올해 2·4분기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목표로 신청기업들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FC는 현물 ETF 운용사들의 비트코인 거래를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 제공자(VATP) 라이선스가 있는 거래소에서만 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금융기관은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에도 적절한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비트코인 등 글로벌 투자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기관 및 금융당국이 다양한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은 물론 정치권마저 비트코인 현물 ETF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여전히 비트코인 가치 논쟁에 머물러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법인 글로벌X를 통해 SEC에 신청했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요청을 철회했다. 미래에셋운용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경우 상품 차별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철회 결정을 내렸다”며 “당초 추진했던 상품에 대해서는 철회했으나 상품 차별성에 방점을 두고 비트코인을 활용한 다양한 전략적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