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으로 부정선거 논란 잠재울 수 있다

부정선거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당선된 쪽의 반대편 진영에서 물증을 내세워 부정선거를 주장해 왔다면, 요즘은 통계적 수치까지 만들어 조작의 증거라며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이나 음모론은 국민을 분열시키는 요인이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발동한 비상계엄의 목적 중 하나 또한 ‘부정선거 증거 확보’였다. 계엄군이 가장 신속하게 투입된 곳도 선관위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부정선거 의혹들을 차단하기 위해 직접 시연까지 하며 해명하고 있지만 아예 귀를 막아버리는 분위기다.
제21대 대선 사전투표를 앞둔 5월28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마련된 대통령선거 종합상황실에서 관계자가 우편투표함 보관장소 CCTV를 바라보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투표지 분류기 조작·사전투표 조작 음모론
선거 과정의 투명성 의혹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영국 버밍엄대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닉 치즈먼 교수에 따르면, 부정선거 의혹은 탄탄한 선거 체계를 갖춘 국가를 포함해 투표라는 개념이 있는 모든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실제 부정선거가 있었다기보다 선거에서 패배한 진영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기 싫어 현실을 부정하려고 꺼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은 유튜브를 타고 번진 부정선거론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정치적 쟁점으로 남아있다. 2021년 1월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에 실패하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며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바 있다. 당시 트위터(현재 ‘엑스’)는 불확실한 정보를 나르며 폭력행위를 부추겼다고 판단되는 트럼프와 지지자들의 계정 약 7만 개를 폐쇄했다.
러시아의 경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투표가 진행된 3일간 투표함이 미리 준비된 투표용지로 채워지거나 선거참관인이 협박당하는 등 광범위한 부정선거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회적 갈등을 일으켰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중대한 위반 사항은 발견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3월 치러진 구마모토현 지사 선거, 같은 해 7월 도쿄도지사 선거, 10월 중의원 선거 등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사전투표에서 투표함을 미리 바꿔치기한다는 주장이 유튜브와 SNS에 퍼져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
우리나라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크게 투표지 분류기의 해킹과 조작, 사전투표 조작으로 나뉜다. 그 수법으로 집계 결과를 바꾸는 개표 과정의 불확실성, 미리 준비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거나 투표용지 분실 행위 등이 꼽힌다. 투표지 분류기의 경우 인터넷 해킹으로 투표 결과를 조작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A후보의 표 99장 위에 B후보의 표 한 장을 올려놓고 B후보 100표로 계산하는 개표 과정의 불확실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에 선관위는 투표지 분류기 본체에는 랜카드가 없어 외부와의 통신이 단절되어 있고, 노트북과 프린터는 생산 과정부터 무선공유장치가 제거된 제품을 업체로부터 받아 사용하기 때문에 해킹과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개표는 투표지 분류기를 거쳐 후보자별 투표지를 분류한 뒤 심사 계수기를 통해 숫자를 세는 ‘수개표’로 이뤄진다. 지난 총선에선 심사 계수기 전 단계에서 사람이 직접 손으로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됐다. 분류된 투표지를 전량 사람의 눈으로 다시 확인하고, 정당·후보자가 추천한 개표참관인이 참관·촬영하고 있기 때문에 개표 조작은 오해라는 것이다.
사전투표함을 바꿔치기하거나 불법 사전투표지를 넣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전국 3500여 사전투표소에서 매일 7000여 명의 경찰과 후보자 측 참관인이 함께 움직이며 감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법원도 검증과 판결을 통해 각종 부정선거 의혹들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확인해 줬다. 투표지 분류기는 2002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사용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선거 소송 재검표에서 투표지 분류기 조작을 의심할 만한 문제가 나타난 사례는 없다.
그럼에도 선관위의 독립성과 공정성마저 시비 대상이 되고 불신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또 단순히 투표 조작 주장을 넘어 미국과 중국이 개입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이번 대선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부정선거 의혹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국론 분열 통합해야
그렇다면 부정선거 음모론을 잠재울 묘약이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할 효과적인 방법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투표 시스템이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기반기술로 유명하다.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은 거래 명세를 담은 ‘블록(Block)’들이 ‘사슬(Chain)’처럼 이어져 하나의 장부(帳簿)를 이룬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거래가 새롭게 이뤄질 때마다 그 거래 내용이 담긴 새로운 블록(장부)이 만들어져 기존에 있던 블록에 줄지어 연결되는(체인) 식이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용이 중앙 서버가 아닌 모든 참여자의 컴퓨터에 각각 저장된다. 이를 투표에 적용하면 투표자가 개인 컴퓨터나 모바일 속 블록 정보의 후보자를 선택해 입력할 경우 투표에 참여한 국민의 모든 기기에 익명으로 저장된다. 자신의 투표 결과는 직접 확인할 수 있고, 개표 결과도 참여자 모두 들여다보며 검증이 가능해 신뢰성이 높다.
블록체인의 또 다른 특징은 높은 보안성이다. 만일 해커가 거래 내용을 조작하려고 한두 대의 컴퓨터를 해킹했다고 하자. 그래도 투표에 참여한 다른 참여자 컴퓨터에 기록이 남아 안전하다. 이를 완벽하게 조작하려면 흩어져 있는 참여자 컴퓨터의 반수 이상을 동시에 해킹해야 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세계는 이 같은 블록체인 특유의 보완성과 투명성, 비밀 보장성을 바탕으로 선거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 스페인을 비롯해 에스토니아, 미국, 독일 등은 이미 블록체인 기반의 시스템을 통해 예비선거, 온라인 탄원, 정당의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1000만 명 이상의 동시 접속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이미 2023년 블록체인 기술선도적용 사업을 통해 온라인 주민투표 시스템 개발에 207억원을 투자하며 실증 단계를 진행 중이다. 선관위가 2013년부터 정당 당대표 경선이나 아파트 동대표 선거 등에 운영 중인 온라인투표시스템(K-Voting)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꾸면 대규모 선거에 적용할 수 있다. 물론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의 투표 참여율이 낮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고 국론 분열을 통합하려면 이제라도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