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그린 워싱’ 잡는다…녹색채권 토큰화 방안 모색
정보 비대칭으로 발생하는 그린워싱을 해결하기 위해 토큰증권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블록체인 기술의 투명성을 활용해 기업이 환경적 이점을 과장할 수 없도록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3일 공개한 ‘토큰증권을 통한 녹색채권 발행 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채권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증권으로 발행하는 경우 △투명성 제고 △절차 간소화 △투자자 기반 확대 등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큰증권을 활용하면 자금 사용처 및 환경개선 효과 등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분산 저장할 수 있다. 실시간 추적이 가능해지면서 정보 비대칭성으로 발생하는 그린워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기록이 블록체인에 영구 저장되면서 투자자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 다수 참여자 노드에 의해 검증되면서 데이터 조작과 변경도 불가능하다.
녹색채권 발행의 복잡한 절차도 간소화할 수 있다. 상호 합의에 따라 블록체인 증권 관련 계약 내용과 실행 조건을 사전에 설정하면 중개자 역할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발행 비용을 최대 9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투자자들이 별도 중개 기관을 거치지 않고 플랫폼에서 24시간 거래도 가능하다. 개인과 해외투자자들이 손쉽게 거래를 참여하면서 다양한 투자자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홍콩통화청은 2021년부터 국제결제은행(BIS) 혁신 허브와 함께 ‘제너시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녹색국채를 토큰화하는 기술 실험을 진행했다.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자금 사용처와 환경적 성과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채권이자 일부도 토큰화해 지급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부터 2년에 걸쳐 총 68억 홍콩달러 규모 녹색채권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한 바 있다.
일본도 블록체인과 IoT 기술을 결합하여 친환경 프로젝트의 환경적 성과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기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본거래소그룹(JPX)와 히타치가 주도한 ‘디지털 녹색채권’ 발행이 대표적이다. 실제 2022년 6월 진행한 디지털 녹색채권 시범사업 조달자금은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사용됐다.
다만, 국내에선 토큰증권 법적제도적 정비는 남은 과제다. 현재는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국내에서 시범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제도적·기술적 기반을 확충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 등으로 토큰형 녹색채권 시장이 정착된다면 기업의 녹색 채권 발행 비용이 크게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시점에서는 토큰증권 기술적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홍콩 정부의 제너시스 프로젝트처럼 기술 실험을 충분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