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다음은?···대기업 새 먹거리로 떠오른 커스터디
블록체인 인프라 기술, 대체불가토큰(NFT) 시장 정체에 쓴 맛을 본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 성장을 기대되는 상황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되면 커스터디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당국도 법인 투자 허용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혀 커스터디가 웹3 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커스터디 기업 비트고의 지분을 10% 취득했다. 비트고는 올해 초 하나은행과 합작해 한국 법인 ‘비트고 코리아’를 설립하고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취득 절차를 밟고 있다.
그동안 국내 커스터디 기업은 시중은행과 블록체인·핀테크 기업이 합작 또는 지분 투자로 설립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20년 블록체인 기술 기업 해치랩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공동 설립했다. 신한은행은 이듬해 1월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블록체인 기술기업 블로코, 리서치기업 페어스퀘어랩이 출범한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같은 해 NH농협은행도 블록체인 기술 기업 헥슬란트, 핀테크 상장사(한국정보통신·갤럭시아머니트리·아톤)와 ‘카르도’에 지분을 투자한 바 있다.
시중은행에 이어 국내 대기업이 커스터디 시장에 발을 들인 이유는 시장의 잠재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한국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같은 해 상반기 대비 53% 증가한 43조 6000억 원이다. 현재 한국에서 금지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되면 기관이 주요 투자자인 커스터디 사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자회사 코인베이스 커스터디는 1000억 달러(약 135조 원)가 넘는 수탁 자산을 보유 중이다. 최근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신청한 자산운용사 대부분이 코인베이스 커스터디를 파트너로 선정하기도 했다.
대기업이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한화시스템, LG CNS 등은 블록체인 열풍이 불던 지난 2018년 자체 블록체인을 구축하거나 내부 사원증 등에 분산ID(DID)를 적용하는 등 인프라 기술로 블록체인을 활용했다. 이후 2022년 NFT가 큰 인기를 끌자 다양한 기업이 외연 확장을 위해 NFT 사업에 진출했다. SK텔레콤, KT는 NFT 플랫폼을 선보이고 롯데홈쇼핑은 이용자에게 직접 혜택을 주는 멤버십 NFT를 발행했다.
그러나 NFT 시장 침체로 여러 기업이 관련 사업을 접으며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크립토슬램에 따르면 이날 주요 NFT 500종의 가치를 합산한 ‘크립토 500 NFT 지수’는 지난 2022년 최고점 대비 96% 하락한 1170포인트다. KT는 올해 초 NFT 발행·관리 플랫폼 ‘민클’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하기로 결정했으며 롯데도 NFT 거래 플랫폼 ‘NFT 샵’ 서비스를 종료했다.
일각에선 커스터디가 블록체인 인프라, NFT를 이을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NFT·메타버스 등 신사업에 도전했지만 (시장이 침체하며)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안정성이 높은 커스터디 기업에 지분을 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커스터디 업계 관계자는 “최근 법인 계좌 BTC 현물 ETF 허용에 대한 논의가 나오며 커스터디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며 “SK텔레콤의 경우 하나은행과 (스타트업 육성, 금융상품 출시 등) 다양한 협업을 해와서 관계적인 측면도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서에서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 및 법인 계좌 허용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