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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랜드, 컬러버스, 제페토 휘청: 메타버스서 ‘하차하는’ 기업들

#사례1. 지난 5월 19일 서울회생법원 제12부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컬러버스’에 간이파산을 선고했다. 2022년만 해도 카카오의 메타버스 사업의 핵심 축으로 기대를 모은 회사가 3년 만에 파산 절차에 들어선 거다. 간이파산이란 파산재단의 재산액이 5억원 미만인 경우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파산을 진행하는 제도다. 

2020년 8월에 설립된 컬러버스는 2021년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넵튠’으로부터 지분 투자를 유치하며 카카오 계열사에 편입됐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당시)는 2022년 6월 카카오의 메타버스 비전 ‘카카오 유니버스’를 발표하며 컬러버스에 품은 기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관심 있는 웹툰이나 웹소설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컬러버스 내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대한 꿈은 꿈에 그쳤다. 컬러버스가 2022년 8월에 론칭한 국내 최초 3D 가상 커뮤니티 ‘퍼피레드’는 이용자 이탈과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면서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에 따른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한 컬러버스는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정리했다. 올 1분기 넵튠이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컬러버스의 자산 39억원 중 36억여원이 부채였다. 자본금은 2억9774만원에 불과했다. 

#사례2. 카카오만이 아니다. 네이버의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도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다. 제페토는 2018년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출시한 서비스인데, 초기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제페토는 출시 두달 만에 글로벌 앱 다운로드 300만건을 넘겼고 2년 만에 누적 가입자 3억4000만명을 돌파했다. 2020년 네이버는 독립법인 ‘네이버제트’에 서비스를 편입하며 메타버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제페토 역시 실적을 개선하는 덴 실패했다. 네이버제트의 영업손실은 2020년 188억원에서 2021년 295억원, 2022년 726억원으로 매년 불어났다. 실적을 끌어올려야 했던 네이버는 2024년 3월 네이버제트의 지분을 일부 매각했다. 그 결과, 네이버 계열(스노우·네이버웹툰)이 보유한 지분은 78.9%에서 49.9%로 떨어졌고, 네이버제트는 연결 자회사에서 제외됐다. 

#사례3. 비단 포털만이 아니다. 이동통신사들도 메타버스 서비스를 종료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소셜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를 종료했다. KT는 자사 메타버스 서비스 ‘메타라운지’와 ‘지니버스’를 지난해 4월과 8월에 각각 정리했다. 

고작 2년 전만 해도 IT산업의 차세대 먹거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메타버스의 현주소다. 국내 메타버스 사업자들이 줄줄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메타버스 시장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메타버스를 향한 투자도 이전 같지 않다. 국내 증시에서 상장 폐지되는 메타버스 ETF(상장지수펀드)가 늘어나고 있다. 2023년 14개의 메타버스 ETF가 상장 폐지됐는데 지난해엔 51개로 더 늘어났다. 삼성자산운용은 5월 15일 ‘KODEX 미국메타버스나스닥액티브 ETF’ 종목명을 ‘KODEX 미국나스닥AI테크액티브 ETF’로 변경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전세계적으로도 메타버스 투자액 규모가 줄고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메타버스 기업들이 받은 투자금액은 2022년 1분기 20억 달러에서 2023년 1분기 5억8600만 달러로 70% 넘게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인지 메타버스 산업의 ‘퇴행’에 주목하는 미디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비즈니스인사이더, 더레지스터가 대표적인데, 이들의 보도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팬데믹 국면에서 눈에 띄게 성장하던 메타버스가 엔데믹(endemic·풍토병화) 국면에선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비대면이 핵심인 메타버스 서비스의 지위가 불확실해졌다….” 

물론 아직까진 반론도 존재한다. 비관론이 과장됐다는 시선이다. 새로 등장하는 기술들에 가려졌을 뿐 메타버스 산업이 축소됐다고 보기 어렵단 거다. VR교육업체 브이리스브이알 권종수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많은 미디어가 메타버스를 ‘지는 해’로 묘사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확장현실(XR)이나 인공지능(AI) 등 도입할 수 있는 기술이 다양해지면 메타버스 산업은 다시 성장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인지 해외 빅테크들도 XR 기기와 플랫폼을 개발하며 메타버스 시장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다소 어려운 주장을 쉽게 풀어보자. 현실과 가상현실이 융합된 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의 전제는 XR, AI 등 디지털 기술이다. 이 기술이 끊임없이 진화한다면 ‘메타버스’ 역시 성장세를 탈 수밖에 없다. 권종수 대표가 “메타버스 산업이 위축됐다고 판단하긴 이르다”고 주장한 이유다. 

또다른 한편에선 ‘메타버스’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도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메타버스’의 용어적 범용성이 약해졌을 뿐, ‘메타버스’의 방향성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거다. 일례로, 애플은 자사 XR 기기 ‘비전 프로’를 소개할 때 메타버스나 XR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란 애플만의 제품 카테고리로 부르고 있다.

실제로 애플과 구글은 XR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애플은 2026년 출시를 목표로 비전 프로2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구글은 2015년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서 철수한 지 10년 만에 새로운 글라스 출시를 알렸다.

메타버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여전히 존재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앤드마켓은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48%가량 성장하며 1조3034억 달러(약 1788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버스 산업은 앞으로 어떻게 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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